"언니는 어릴 때 꿈이 뭐였어요?"
20대의 마지막에 서 있는 2人과 30대의 문턱에 막 들어선 1人.
세 여인의 '꿈의 대화'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난 말야~"
초등학교 2학년 때, 외교관이 되고 싶었다.
무슨 일을 하는지도 잘 모르면서,
외교관이 되면 세계 각국을 돌아다닐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장래희망을 적어 내는 종이에 외교관이라고 꾹꾹 눌러 적었다.
이제와 이야기를 해보면 초등학교 때 반장 한번 안 해본 사람이 없다지만,
당시에는 '외교관'이라고 적어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공부 잘하는 똘똘한 아이였다.
커가며 공부를 끔찍이도 안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시절이었으니까. ㅎㅎ
(공부를 워낙~~ 안 해서 외교관은 포기해야 했다는 나에게
키린은 외국에서 태어나지 않아서라고 생각하라고 위로해주었지.
외교관들은 대부분 외국에서 태어나, 외국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한다며...
물론 다 그런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만, 위로가 되었어~ 키린 T^T)
초등학교 5학년 때, 형사가 되고 싶었다.
한창 남자 애들이 천장지구, 영웅본색에 빠져 성냥을 입에 물고 다닐 때,
난 예스마담의 여주인공처럼 멋진 여형사가 되고 싶었다.
사건이 있을 때마다 넘어지고 문제를 일으키는 여자 캐릭터가 아니라,
격투기도 잘하고 총도 잘 쏘는 여전사가 되고 싶었던 거다.
한때 합기도도 배웠었지만, 역시나 그 길은 내 길이 아니었나보다.
그렇게 잊고 있던 '여형사'에 대한 꿈은, 몇 년 전 미드 '앨리어스'를 보며
새록새록 떠올라 나이 서른이 가까워지며 FBI 요원을 꿈꾸기도 했었다는 후문.
중학교 1학년 때, 고고학자가 되고 싶었다.
역사를 좋아했던 건 아니다. 그런데 왜?
고고학자들은 모두 인디아나 존스처럼 모험을 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것도 암사동 선사 유적지 같은 곳을 돌아보는 게 아니라,
메소포타미아 문명이나 이집트 문명을 연구하고
세계사의 숨겨진 비밀을 찾기 위해 전세계를 파헤치고 다니는 것을 꿈꿨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라디오 DJ가 되고 싶었다.
워낙 말하는 것도 좋아했고, 방송반을 하며 목소리 좋다는 소리도 몇 번 들었던 터라,
오프닝 멘트도 직접 쓰고 선곡에도 도움을 주는 DJ가 된다면 정말 좋겠네~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지금도 그렇듯, 당시에도 인기 라디오 프로는 대부분 가수, 탤런트 등
연예인들이 꿰차고 있었다. 이는 곧, DJ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유명 연예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
결국, 타고난 건강 체형과 타고난 끼 전혀 없음 이라는 복합적 난관에 부딪혀,
DJ의 꿈은 포기해버린 채 점심방송을 진행하는 데 만족했다는 슬픈 이야기.
고등학교 3학년 때, 유치원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겁 없는 꿈이었지만, 그때는 아이들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물론, 지금도 아이들을 좋아하지만 딱 20분 동안만이다. T^T
어쨌든, 동화구연도 해주고 싶고 노래를 부르며 율동도 가르쳐주고 싶다는 생각에
'유아교육과'를 가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니!!
그러다 이 꿈을 포기한 이유는? 보나마나 성적 때문~ ㅎㅎ
인지도 있는 유아교육과에 가기에는 성적이 형편 없었고(공부 좀 하지~)
다른 곳의 유아교육과를 가자니 왠지 내키지가 않았던 거다.
그만큼 유치원 선생님이 하고 싶지는 않았나보지? ㅡㅡ;
결과적으로 성적에 맞춰 선택한 학과가 국어국문학과.
그렇게 꿈 많던 소녀는 의도하지 않은 국문학도가 되어버렸다.
대학생 때, 생각해보면 참 꿈이 없었다.
1학년 때부터 교직을 들으며 오직 선생님이 되어야겠다는 생각 뿐.
이건 생각이었지, 꿈은 아니었다. 대학 동기들이나 나를 아는 친구들은
내가 선생님을 하면 잘할 거 같다고(도대체 뭘 보고 ㅡㅡ) 이야기했지만,
그만큼 하고 싶었던 일은 아니었으니, 결국 내가 지금의 이 자리에 와 있는 거다.
물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느냐~ 이건 아니지만.
무언가 내 바람에는 2% 부족하다는 생각.
어쨌든 서로 하나씩 이야기를 하다보니 다들 참 꿈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꿈을 못 이루었느냐에 대해 돌아보니,
결과적으로는 꿈이 너무 많았던 게 문제였다. ㅎㅎ
어느 한 가지 목표를 보고 달려온 것도 아니고,
꿈을 이루기 위해 미친 듯 열정을 쏟지도 않았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른한 살의 나이에 다시 꿈을 꾸기 시작한다.
여전히 도대체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헤매고 있긴 하지만,
또 여전히 현실에 안주하며 꿈을 이루기 위해 열정을 쏟지 못하고 있지만,
꿈을 꾸고 있기는 하다는 그 사실을 위안으로 삼으며, 꿈꾼다.
혹시, 또 모르잖아! 지금과는 또 다른 내가 될 수 있을지도. ㅎㅎ
+
아! 한참을 꿈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니, 역시 난 역마살이 장난이 아니구나.
하고 싶었던 일 대부분이 몸을 가만히 두는 일이 아니네.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입을 가만히 두지 않거나. ㅎㅎㅎ
그건 지금도 유효하다. 글을 쓰는 것도 좋지만,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말하는 직업도 좋겠어.
흠~ 나 영업을 해야 하는 걸까? ^^;;
++
어느 일요일 오후의 지난 꿈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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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2) 2008/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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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꿈많은 해피통님을 이제야 시대별로 정리할수 있게 되써요.
지금 굉장히 올바른 방향이예요 올발라요 올발라
올.발.라.아
ㅎㅎ 시대별 정리라니까.. 넘 거창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