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한 넋두리'에 해당되는 글 1건

  1.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15) 2009/04/16

겨울에는 추운 날씨 탓을 하며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봄이 왔는데 나는 그야말로 시든 화초처럼 무기력하다. 그러다가 결국 마음의 무기력함이 몸의 병으로 드러났다. 온 몸이 쑤시고 저리고 힘이 하나도 없다. 월요일 오전부터 슬슬 나타난 징조 때문에 기력이 없다가 몸도 마음도 힘을 쓸 수 없어서 조퇴를 했다. 그리고 화요일에는 출근을 하지 못했다. 수요일은 어찌 어찌 겨우 하루를 버티고 퇴근하자마자 집으로 내달려 다시 쓰러졌다. 그렇게 거의 3일 동안을 방바닥에 누워만 있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몸도 마음도 개운하지 않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모르지만, 나를 가장 잘 아는 내가 진단을 내려볼 때는 마음이 개운해지지 않아서 여전히 몸도 이 모양인 것 같다. 마음이 개운해지지 못하는 까닭은 회사도 때려치고 미치도록 놀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아는 나는 그런 시간이 생긴다고 해서 마음 편히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스타일도 못 된다. 일이 없으면 조바심이 나고, 무언가 하지 않으면 불안하다. 그렇다고 늘 무언가를 열심히 하느냐. 그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결론은, 때때로 사람들이(아니 종종) 현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찾는 것처럼, 나 또한 지금이 아닌 다른 생활을 희망하고 있다는 거다. 그래서 근래에는 이렇게 월급쟁이로 매일 아침 출근해서 하루 종일 업무와 씨름하다가 퇴근하고, 집에서는 또 나름의 집안 일을 하는 생활에서 너무나도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 괜히 내가 게으른 것을 회사탓, 상황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러다보니 마음은 답답하고 몸도 피곤할수밖에...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지금 이 상황을 쉽게 바꿀 수 없는 걸. 가장 빠르고 쉽게 바꿀 수 있는 거라곤 알량한 마음뿐인 것을. 그래서 결국에는 또 스스로 나 자신을 타이르고 있다. 분명 이런 마음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면 곧 후회할 거라고. 그냥 일이 많으면 많은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게을러서 아무 것도 못하면 못하는 대로 괜찮은 거라고 스스로 위로하기로 했다. 가끔은 무기력해도 괜찮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러니 지금의 나라도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 직장인에게는 3, 6, 9를 주기로 슬럼프가 찾아온다고 한다. 첫직장이든 이직이든 3개월, 6개월, 9개월 단위로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거다. 생각해보니 이달에 3번 째 월급을 받는다. 그렇다면 아직 3개월이 된 것도 아닌데, 나 369 슬럼프인 걸까. 에효효~ 어쨌든 회사에서 실컷 스스로를 다독이고 집에 와서는 결국 밀린 겨울 옷 정리를 해냈다. 그야말로 해냈다. 얼마만에 일을 한 건지. 이제는 집사람이 먹고 싶다는 두부조림을 만들어야겠다. 그나저나 나는 지금 이런 일말고 다른 걸 할 수는 없는 거야? ㅡㅡ;;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